[ Kim Minji Solo Exhibition: LATENT MEMORIES ]
[ Kim Minji Solo Exhibition: LATENT MEMORIES ]
기계가 기억하는 방식
기억이란 온전히 저장된 과거가 아닌, 매번 새로이 발생하는 현재적 사건입니다. 우리의 뇌는 경험한 모든 것을 사진처럼 완벽히 기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. 오히려 한 폭의 인상주의 회화처럼 감정과 맥락이라는 렌즈를 통과한 인상의 파편들이 의식 저편을 부유하다가 어느 순간
수면 위로 떠올라 매번 새로운 콜라주를 완성합니다. 인간의 기억이란, 결국 흩어진 조각들을 그러모 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느슨하고도 집요한 재구성의 과정인 셈입니다.
디자이너 김민지는 이 불완전한 재구성의 메커니즘 속에서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을 포착합니다. 우 리가 AI를 무(無)에서 유(有)를 창조하는 존재로 상상할 때, 그의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. 김민지에게 AI는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파편들을 건져 올려 엮어내는 직조공, 즉 ‘합성자’로서 다 가옵니다. 이러한 관점은 StyleGAN3 모델의
작동 방식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. 뉴런의 시냅스 어딘가에 잠복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서 로를 호출하고 결합하듯, StyleGAN3 역시 ‘잠재 공간(Latent Space)’이라는 심연 속에서 데이터의 조각들을 연결하고 보간(Interpolation)합니다.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우리에게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을 선사합니다. 분명 언젠가 본 듯하지만, 실제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환영과도 같기 때문 입니다. 이러한 감각은 완전한 재현이 아니라 불완전한 잔여들이 빚어낸 또 다른 차원의 흔적입니다. 이 지점에서 김민지는 묻습니다.
AI가 수행하는 이 조합의 과정을 과연 기계의 ‘기억’이라 부를 수 있을까?
전시 《Latent Memories》는 이러한 질문을 시각적 형식으로 전개하는 무대입니다. 이번 전시는 AI 의 이미지 생성 방식을 개인적, 일상적, 집단적 기억이라는 세 개의 층위로 나누어, 그 사이를 유영하 는 감각의 결을 드러냅니다. 관람객은 이 장면들을 따라가며 기술이라는 표면 아래 작동하는 기계의 감각 구조를 발견하고, 그 구조가 다시 인간의 기억을 은유하는 역설적인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.
무엇보다 이 전시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환원하거나 인간을 중심에 두는 위계에서 한 발 비켜섭니다. 대신 인간의 기억과 기계의 연산이라는, 서로를 비추는 두 개의 체계를 나란히 놓고 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유사성과 간극을 탐색합니다. 전시장에 흩어져 있는 ‘기계의 기억’을 따라 걷는 동안, 우리는 어느 순간 그것이 이미 우리 안에서 반복되어 온 기억의 방식과 닮아 있음을 발견합니다. 그리고 결 국, 불완전한 조각들을 엮어가며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 자신의 기억 방식에 대해서도 깊이 사유하게 됩니다.
글 석재원
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
EXHIBITION INFORMATION
기간 : 04. 14(Tue) — 04. 19(Sun)
시간 : 10:00 — 20:00 (Sun 18:00 Close)
장소 : XXPRESS (서울 마포구 포은로 99)